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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을 받드는 우리의 자세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 | 강양구 | 뿌리와이파리

  



  이 책은 진실한 보도로 인류의 인권향상에 이바지한 언론인에게 주어지는 ‘앰네스티 언론상’을 수상한 강양구 기자가 인터넷 매체 ‘사이언스 타임스지’에 연재한 글을 엮어낸 것이다. 풍부한 기자 생활 경험을 통해 어려운 이론을 걷어내고 가감 없이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히 담아냄으로써 과학 기술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자는 과학 기술이 ‘할 수’ 있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 과학 기술은 원자력 발전으로 충분한 전력과 에너지를 만들 수 있으며,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을 정복할 수 있고, 식량 생산량이 소비량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이 있고, 감기와 같은 간단한 질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있으며, 굶주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 저자는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가 과학과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인식의 결여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책에 수록된 ‘냉장고 ‘윙윙’거리는 소리에 얽힌 사연’에서는 냉장고의 발전 과정을 소개하며 과학 기술이 사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의 전기냉장고는 소음이 작지만, 초창기 전기냉장고는 매우 큰 소음을 발생시켰고, 큰 비용이 발생했다. 반면 소음이 적고, 가격이 저렴하며 사용도 간편한 가스냉장고는 당시 전기산업을 주도하던 대기업의 외면 때문에 퇴출당하고 만다. 저자는 이 사례를 통해 과학 기술의 산물이 기술적으로 우월하고 편리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닌, 사회적 인식 때문에 선택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 밖에, 가전제품의 등장으로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 우리 어머니의 모습, 루카스 항공 노동자의 고민, 노동자를 죽이기 위해 채택된 수치제어공작기계, 지금 우리가 만들어 내는 과학기술에 얽힌 사연, <레미제라블>에 등장한 바리 게이트가 사라진 이유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상에 얽힌 사연들을 풀어내며 과학 기술의 목적은 사회계층의 요구와 정치적 목적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두 번째 장에서는 과학기술의 고민 없는 수용이 인류의 생존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를 만든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 만들어진 핵폭탄으로 인한 핵전쟁의 공포, 편리함을 추구한 대가로 겪게 되는 환경호르몬의 반격, 감시통제로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빅 브러더 사회를 소개하면서 과학기술의 어두운 면과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 대해 낱낱이 파헤친다.




  이 책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함과 동시에 더 나아가 그 해법을 스스로 고민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고민거리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자연의 에너지를 비용을 들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가?’, ‘복제된 인간의 윤리와 정체성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가’와 같은 주제를 제시하며 현실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과학기술이 가져오는 문제에 대한 해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 



  과학 기술의 흑과 백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또는 다가오는 과학 기술 시대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과학에 대해서 명확한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하나의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끝난 후에 ‘한 걸음 더’를 통해 주제와 관련된 추천도서를 제시해 준다. 이를 통해 독자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과학 기술은 수용의 대상이 아닌, 우리가 함께 생활하면서 생활 속에서 사회적 합의에 따라 개발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책의 전 부분에 걸쳐 과학은 사회와의 관계에 따라 발전 방향이 결정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과학 기술이 출현할 때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 과학 기술의 발전 방향을 인류를 이롭게 만드는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용기 있는 과학자를 꿈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주저 없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