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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도둑 가족, 강렬한 제목에서 오는 첫인상

 처음 책을 접하였을 때, 제목에 또 속았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요즘 번역되어 출간되는 책들을 보면 원작의 제목을 충실히 따르기보다는 조금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여 약간의 마케팅을 위한 전략이 녹아든 책들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에 사용된 '좀도둑' 이라는 단어가 그러했다. 첫인상을 뒤로하고,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노이즈 마케팅 아니야?'라는 생각은 이내 사라졌다.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에, 특별함을 더하다

 도쿄 외곽, 아파트 뒤에 숨겨진 작은 목조 주택에서 사는 평범하고 화목한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런데 평범함과 화목함에 '좀도둑질' 이라는 특별함이 더해진다. 이야기의 도입 부분에서 쇼타와 아버지는 슈퍼마켓에 방문하여 중요한 가업을 수행한다. 그것은 바로 '좀도둑질' 이다. 그리고 그들의 가업이 성공했을 때 축하의 의미로 고로케를 먹는다. 나쁜 일이건, 좋은 일이건 성공이라는 결과가 있다면 때때로 즐거움을 느낀다. 쇼타와 아버지는 고로케를 먹음으로써 즐거움에 즐거움을 더한다.

일상을 변화시킨 여자아이, 유리

 도둑질하며 유대감을 느끼는 쇼타네 가족의 이야기를 보며, 많은 의문이 들었다. 이들도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 까? 저자는 좀도둑질하는 가족의 삶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며 책을 읽었다. 그러던 중, 쇼타가 길거리에 쪼그려 앉은 유리를 데려오는 내용이 있었다. 유리가 등장하면서 가족의 일상이 변한다.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유리를 데려오면서 시작된 것 같다. 재미있는 사실은, 유리를 데려온 후 쇼타는 유리에게 도둑질을 알려준다. 그러면서 가족이 되어 간다. 길을 잃은 아이를 돌려보내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좀도둑질' 을 가르치며, 유리와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나에게 진짜 가족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곤 깊게 고민 하게 만들었다.

가족의 의미를 다시한 번 떠올리게 하는 책

 누군가의 자식으로 우연히 태어나고, 같이 시간을 보내며 성장해왔다고 해서 진정한 가족이 아님을 저자는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 가족에게는 그보다 큰 연결고리가 존재할 수 있다. 쇼타네 가족 처럼 도둑질이 될 수도 있고, 다른 무엇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연결고리는 가족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힘일 것이다. '좀도둑 가족'은 아픈 결말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극단적인 결말을 통해 가족이 사라졌을 때의 상실감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이를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현대 사회에 많은 사람이 원하던, 원치 않건 '혼자'만의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바쁜 삶 속에서 상실의 존재를 망각한다. 하지만 세상을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그리고 그 순간이 찾아왔을 때, 잊고 있던 상실의 존재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덮쳐올 것이다. 여운과 쓸쓸함이 남는 책이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가족의 의미를 떠올리게 하고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느낄 수 있게 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 이외에도 정말로 끈끈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가족과 함께 해야함을 다짐하게 한다.